“신생아 학대는 개인 일탈인가, 병원의 구조적 책임인가”
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 신생아중환자실(NICU)에서 간호사들이 생후 일주일 된 신생아를 상대로 조롱과 폭언, 학대성 발언을 일삼은 정황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해당 간호사들은 아이를 안고 조롱하는 사진을 찍어 SNS에 게시하며 “낙상 마렵다”, “성악설이 맞는 이유” 등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더욱이 이 사건은 단순한 개인의 일탈이 아닌, 조직적인 방임과 병원 문화 전반의 윤리 부재에서 비롯됐다는 비판이 거세다.
사건이 세간에 알려진 건 내부 고발자에 의해 간호사들의 SNS 게시물이 공개되면서다. 피해 아기의 부모는 “설마 우리 아이에게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은 몰랐다”며 참담함을 토로했다. 문제의 간호사는 생후 일주일 된 신생아를 안고 조롱성 발언을 남겼고, 함께 근무하던 간호사들 다수도 유사한 행태에 가담한 정황이 포착됐다.
하지만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이같은 학대 정황이 수개월 전부터 반복되었음에도 병원 측은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신생아실에 CCTV 등 기본적인 감시 시스템이 전무한 상태였고, 병원은 부모의 제보가 있기 전까지 “확인할 수 없다”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성실한 간호사와 동일시될까 우려”…병원 측은 ‘개인 일탈’로 축소 시도
사건이 공개된 후에도 대구가톨릭대병원 측의 반응은 미온적이었다. 병원 관계자는 “신생아실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 발생했다”면서도, “성실히 근무한 다른 간호사들과 동일시될까 우려된다”며 해당 사건을 **“개인 일탈”**로 규정했다.
그러나 여론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피해 아기의 아버지는 “병원 교수나 신생아실 센터장까지 모두 사과했지만, 병원 측은 아직도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다”며 분노를 표했다. 병원은 사건 초기에 공식 사과문조차 내놓지 않았고, 재발 방지 대책 역시 지연되면서 ‘사태 축소’ 의혹을 더욱 키웠다.
뒤늦게 병원장이 보호자를 직접 만나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논의했다고 밝혔지만, 이는 여론의 압박에 따른 형식적 대응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다.
반복되는 윤리 파탄…“종교적 간판 뒤에 숨어 책임 회피”
가톨릭 재단이 설립한 병원이라는 점에서 사태는 더욱 무겁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생명 존중과 인간 존엄을 중시해야 할 기관에서 오히려 가장 연약한 생명에게 학대가 가해졌다는 점에서 국민적 공분이 커지고 있다.
대한간호협회는 “간호사는 환자의 생명을 보호해야 할 직업적 사명을 지닌 존재”라며 이번 사태를 강하게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병원 측이 ‘가톨릭’이라는 도덕적 권위에 안주해 내부 윤리 교육과 감시 체계를 소홀히 해온 결과라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에도 의료기관에서 신생아 학대 사건은 반복됐다. 2019년 부산의 한 산부인과 신생아실에서는 간호사가 갓난아기를 거꾸로 들었다 내려치는 등의 학대 끝에 신생아가 두개골 골절을 입고 의식불명에 빠졌던 사건이 있었다. 해당 간호사는 징역 6년형을 선고받았다. 그럼에도 이번에 다시 대형 종교재단 병원에서 유사한 일이 벌어진 것은 시스템 개선 없이 사건을 개인 탓으로 돌려온 결과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CCTV 설치, 윤리 교육 강화 등 제도적 개선 시급
이번 사건은 단순한 개인의 잘못이 아니라, 병원의 전반적인 관리 부실과 조직 문화의 병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병원 전반에 걸친 시스템 점검과 윤리 교육, 감시체계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신생아실 등 취약 지점에 CCTV 설치 의무화, 내부 고발 시스템의 보장, 윤리 감수성 향상 교육 등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무엇보다도 병원 측은 ‘가톨릭’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도덕적 책임감과 투명한 사과, 실질적인 변화를 보여야 한다. 신뢰 회복은 형식적 사과문이 아닌, 실천하는 개혁으로만 가능하다.
이번 사태는 단순히 하나의 병원에서 발생한 비극을 넘어, 의료기관 전반의 윤리성과 시스템 개선 필요성을 강하게 환기시킨다. 무엇보다 “개인 일탈”이라는 단어 뒤에 숨을 수 없는 문제임을 병원은 직시해야 한다. 국민의 생명과 신뢰를 맡은 의료기관이라면, 그 책임의 무게에 걸맞은 반성과 쇄신을 보여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