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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리비아 가톨릭 성직자 성추문, 교회 구조적 문제의 민낯 드러내다

2youngz14 2025. 4. 25. 14:26

출처 : 조선일보

 



가톨릭 교회는 오랜 역사 속에서 숭고한 가르침을 전해왔지만, 최근 수십 년간 전 세계 곳곳에서 성직자에 의한 성폭력 및 성추문 사건이 잇따라 폭로되며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특히 남미 볼리비아에서 드러난 예수회 소속 알폰소 페드라하스 신부의 아동 성학대 사건은 단순 개인의 일탈을 넘어 교회 조직 내 구조적 문제와 은폐 문화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어 전 세계 가톨릭 공동체에 충격을 안겼다.

■ 수십 명 아동 피해, 숨겨진 고백록과 피해자 증언

스페인 출신 예수회 신부 알폰소 페드라하스는 1970년대부터 볼리비아 가난한 어린이들을 위한 기숙학교에서 수십 명의 아동을 상대로 지속적인 성적 학대를 저질렀다. 올해 그의 가족이 발견해 공개한 ‘고백록’에는 “나 때문에 고통받은 사람이 약 85명”이라는 충격적인 기록이 담겨 있다. 피해자들은 어린 시절부터 반복된 성폭력에 시달리며, 교회 내 은폐와 위협 속에 침묵을 강요당했다고 호소한다. 특히 페드라하스 신부가 속했던 학교에서 사제 지망생이었던 페드로 리마는 언론 인터뷰에서 “아이들은 지옥 같은 환경에 있었다. 성직자들은 낮에는 성인이었으나 밤에는 악마였다”라며 참담한 실상을 증언했다. 피해자들이 학대 사실을 교회에 알렸지만 묵살되거나 오히려 불이익을 당하는 사례가 반복된 점은 교회 내부의 권위주의적 폐단을 드러낸다.

■ 늦은 대응과 은폐 의혹, 교황청도 곤혹

사건이 대대적으로 보도된 뒤, 예수회 볼리비아 관구는 내부 조사에 착수하고 교황청은 특별 조사관을 파견하며 볼리비아 정부와의 협조를 약속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매우 통탄스럽다”는 입장을 내고 공식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그러나 페드라하스 신부가 수십 년간 동료들에게 자신의 죄를 고백했으나 “고해성사에서 그 이야기를 꺼내지 말라”는 조언을 받았다는 고백록 내용은 은폐 관행을 시사한다. 피해자들과 비평가들은 교회의 대응이 너무 늦었으며, 이미 다수 가해자가 사망한 뒤에야 진상이 드러난 점을 강하게 비판한다. 교황청의 과거 정보 은닉 및 미온적 대처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 분노한 사회와 국제적 파장

볼리비아 국민들은 이번 폭로에 분노하며 수도 라파스 등지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아이들을 지켜내라”, “성범죄 은폐 중단” 등의 구호가 울려 퍼졌다. 대통령이 직접 교황청에 조사 협조를 요청하는 등 국가 차원의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 요구가 커졌다. 이번 사건은 전 세계 가톨릭 신자 사회에도 충격을 주어, 일부는 교회를 떠나거나 신앙 재고를 고민하는 움직임을 보인다. 그러나 동시에 많은 신자와 성직자들은 개혁과 피해자 연대를 통한 교회 정화를 요구하며 변화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 교회 구조적 문제와 개혁 과제

이번 사건은 가톨릭 교회가 지닌 구조적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폐쇄적 위계질서와 성직자 절대권위 문화 속에서는 피해자가 고발하기 어렵고, 문제 제기자는 오히려 징계받는 권위주의적 폐해가 반복된다. 교회 내부의 은폐 문화와 책임 회피가 장기간 지속되었으며, 피해자 보호와 가해자 처벌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미흡했다. 과거 교회는 성범죄를 경찰이 아닌 내부에서 해결하려 했고, 솜방망이 처벌이나 잠시 전임 조치 후 복귀시키는 미온적 대응이 반복됐다. 또한 국제 교회 행정의 비일관성과 각 지역 교구의 자율성에 따른 사건 축소 경향도 문제로 지적된다. 2019년 교황청이 성학대 규정을 강화했으나 현장 적용은 여전히 미흡한 실정이다.

■ 결론: 근본적 쇄신 없이는 신뢰 회복 불가

볼리비아 성추문 사건은 교회가 근본적 개혁 없이는 더 이상 신뢰를 얻기 어렵다는 경고다. 성직자도 법과 도덕 앞에 예외가 없다는 원칙이 정착되어야 하며, 투명한 조사와 책임 규명, 피해자 치유가 최우선시되어야 한다. 교황청과 각국 주교단은 무관용 원칙(Zero Tolerance)을 확립하고, 모든 신고가 외부 기관과 연계되어 철저히 조사되도록 보장해야 한다. 과거 잘못에 대한 진솔한 인정과 합당한 배상, 엄정한 처벌도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 늦었지만 정의와 신뢰 회복을 위한 길이다. 그러나 과연 가톨릭 교회가 이 난제를 극복하고 진정한 쇄신에 성공할 수 있을지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