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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도 침묵한 ‘청각장애 아동 성폭력’… 교회 내 조직적 은폐 의혹

 

미성년자 성폭력 문제로 소집한 긴급 간부 사제 회의는 이례적이다 2019년 2월 25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긴급 주교 회의에서 아동 성 학대를 엄중하게 처벌할 수 있는 구체적인 해결책을 약속했다 출처: BBC뉴스 코리아

이탈리아 베로나에서 시작된 비극, 아르헨티나로 이어져

가톨릭 교회 내부에서 수십 년간 벌어진 청각장애 아동 대상 성폭력 사건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전 세계적 충격을 주고 있다.
이 사건은 이탈리아 북부 베로나에 위치한 프로볼로 농아학교에서 195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학교 내 성직자들에 의해 청각장애 학생들이 지속적으로 성적 학대와 폭력을 당했다는 고발로부터 시작됐다. 졸업생 67명이 피해를 주장했고, 그 중 14명이 가해 성직자 24명의 명단을 교회 측에 제출했다.

하지만 이들 가해자 중 일부는 아르헨티나로 건너가 비슷한 범죄를 이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대표적인 인물이 니콜라 코라디 신부로, 그는 1970년대 이후 아르헨티나 멘도사에 있는 프로볼로 청각장애 학교에서 또다시 아동을 상대로 범죄를 저질렀다.

교회 조사, ‘미온적 대응’… 피해자들 외면

피해자들의 고발이 이어졌음에도 교회 당국은 사건 초기부터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2010년 바티칸이 조사를 지시했으나, 조사관으로 임명된 마리오 산니테 법관은 피해자 증언의 신빙성을 부분적으로만 인정했다.
특히 코라디 신부를 지목한 피해자들의 증언은 ‘가해자를 너무 많이 지목했다’는 이유로 신뢰도를 낮게 평가했다.
결과적으로 24명 중 5명만 경미한 징계를 받았고, 코라디 신부는 징계 대상에서 빠졌다.
이처럼 교회는 책임 있는 조치를 미뤘고, 일부 가해자는 사실상 면죄부를 받는 등 은폐 정황이 짙게 드러났다.

아르헨티나에서도 ‘침묵’… 경찰 개입으로 사건 수면 위

2014년 피해자와 가족들은 교황 프란치스코에게 직접 서한을 보내, 아직도 활동하는 가해 성직자 명단과 경고를 전달했다. 그러나 바티칸은 즉각적인 대응 없이 2년 가까이 침묵을 유지했다.
2016년 아르헨티나 경찰이 학교를 급습해 코라디 신부 등 가해자를 체포하면서 사건은 뒤늦게 수면 위로 드러났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공식적인 사과나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으며, 바티칸은 코라디 신부 체포에 대해서도 논평을 자제했다.
피해자 단체는 “교회는 그들을 버렸고, 교황은 외면했으며, 결국 경찰이 대응했다”고 비판했다.

‘약자를 보호하지 못한 교회’… 구조적 문제 도마 위에

이번 사건은 청각장애라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성직자들의 범죄가 오랫동안 은폐되고, 피해자들이 외면당한 교회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냈다.
전문가들은 교회의 권위주의적 조직 문화와 이미지 보호 우선주의가 사건 은폐를 부추겼다고 지적한다.
또한, 피해자 보호와 철저한 진상 규명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유사 사건의 재발 가능성이 여전히 높다고 경고한다.

결론

거대 종교 조직의 도덕성과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성직자에 의한 아동 성폭력 사건의 진상은 단순한 범죄 차원을 넘어,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지 못한 교회의 책임 문제로 귀결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투명한 진상 규명과 엄정한 책임 추궁, 그리고 피해자 중심의 지원 체계 마련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