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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과 고립, 그 벽에 맞선 수녀들… 인도 가톨릭 주교 성폭행 의혹의 진실”

인도 케랄라 주 수녀들이 2018 년 9 월 13 일 케랄라 고등법원 앞에서 물라칼 주교를 체포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 [AFP= 연합뉴스 ]

 

 


케랄라서 터진 ‘프랑코 물라칼 사건’, 7년간 이어진 투쟁… 교회·정치권 은폐 의혹과 수녀들의 거리 시위


“교회도 경찰도 우리를 버렸다”

2018년 9월, 인도 남부 케랄라주의 주도 티루바난타푸람.
수도복을 입은 5명의 가톨릭 수녀가 거리에 앉아 있었다. 손에는 “정의를 달라”는 팻말, 얼굴에는 결연함이 서려 있었다.
그들은 같은 수녀회 소속의 한 동료를 위해 나섰다. 피해자 수녀는 자신이 소속된 교구의 프랑코 물라칼 주교(당시 54세)로부터 2014~2016년 사이 9차례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교회도 경찰도 정의를 주지 않았다. 결국 교회가 우리를 거리로 내몰았다.”
이 구호는 인도 가톨릭 역사상 처음으로 수녀들이 지도부를 공개 비판하며 벌인 시위의 상징이 됐다.


무시와 모욕… ‘은폐의 전형’

피해 수녀는 2017년부터 교구 상부에 피해 사실을 여러 차례 알렸지만, 돌아온 것은 침묵이었다.
물라칼 주교는 결백을 주장하며 피해자와 지지 수녀들을 음해했다. 일부 지역 정치인들까지 “왜 이제야 문제를 제기하느냐”며 피해자를 공개적으로 모욕했다.
인권단체들은 “성범죄 의혹을 무마하는 전형적인 방식”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늦어진 체포, 강제 전출 시도

고소장이 접수된 뒤에도 주교의 체포는 석 달이나 지연됐다. 그 사이 교회 고위층과 일부 정치권 인사들이 수사를 방해한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19년에는 피해자를 지지한 수녀들 4명에게 타 지역 전출 명령이 내려졌다. 피해 수녀는 주정부에 보낸 서한에서 “목적은 나를 고립시키고 괴롭히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전출은 보류됐지만, 내부 고발자들이 조직적으로 고립되는 구조가 드러났다.


법원의 무죄 판결… 끝나지 않은 싸움

2022년 1월 14일, 인도 법원은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물라칼 주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판결 직후 인권단체와 가톨릭 개혁 모임은 즉시 항소에 나섰고, 사건은 현재 케랄라 고등법원에서 재판이 진행 중이다.
바티칸은 그의 사표를 수리하고 새 주교를 임명했지만, 교회 내 구조적 성찰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쳐 떠난 이들, 그러나 꺼지지 않는 불씨

7년간의 싸움 끝에 일부 수녀들은 지쳐 수도원을 떠났다. 2018년 시위의 선두에 섰던 아누파마 수녀도 그중 한 명이다.
그러나 그들은 여전히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싸우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인도만의 사건’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인도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 가톨릭 교회에서 반복되는 은폐 구조의 축소판이라고 말한다.
피해자 고립, 내부 절차 무력화, 외부 압박, 사법 방해 등 은폐의 패턴이 똑같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인도 수녀들의 투쟁은 종교 권력의 침묵을 깨뜨린 드문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정의의 문턱은 높았고, 침묵의 벽은 두터웠다.”
그러나 케랄라의 수녀들은 그 벽에 균열을 냈다.
그 균열이 더 커질지, 아니면 다시 메워질지는 우리 모두의 관심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