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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쇄적 권위가 만든 비극… 페루 가톨릭 단체 SCV 해산의 교훈

프란치스코 교황[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바티칸=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프란치스코 교황이 성 학대 논란으로 시끄러웠던 페루의 유명 가톨릭 단체에 대해 해산 결정을 내렸다고 AP, 로이터 통신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페루 가톨릭 평신도 단체 ‘그리스도인 생활 공동체’(Sodalitium Christianae Vitae·SCV)가 교황청에 의해 해산됐다. 1971년 창립 이후 반세기 동안 남미와 북미에서 활동해온 단체가 성범죄, 권력 남용, 재정 비리 문제로 사실상 문을 닫게 된 것이다. 가톨릭 사도생활단 가운데 교황령 해산이 내려진 것은 극히 드문 일로, 이번 결정은 종교 권위와 인권의 충돌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피해자들의 목소리, 뒤늦게 드러난 진실

SCV 창립자 루이스 페르난도 피가리는 자신을 영적 지도자로 내세우며 구성원들에게 절대적 복종을 요구했다. 내부에서는 나치 청소년단을 연상케 하는 규율이 강조됐고, 이를 어길 경우 ‘영적 불순종’이라는 낙인이 따라붙었다. 그러나 2015년 내부 고발 이후 드러난 실상은 충격적이었다. 미성년자를 포함한 수십 명이 성폭력과 가혹 행위의 피해자였으며, 단체의 재정 운영도 불투명했다. 피해자들은 오랜 세월 침묵을 강요당했지만, 결국 용기를 내어 외부에 목소리를 전하기 시작했다.

교회의 늦은 대응과 구조적 한계

교황청은 2016년 개혁 시도를 했지만 실질적인 변화는 없었다. SCV가 교황청 인가 단체라는 이유로 현지 교회 지도자 상당수는 문제를 축소하거나 방조했다. 바티칸은 2023년 특별 조사단을 파견해 “가학적 권위 남용과 사이비적 운영 방식”을 확인했고, 올해 1월 공식 해산을 결정했다. 전문가들은 이 과정이 “피해자들의 고통에 비해 지나치게 늦었다”는 점을 지적한다.

권위주의 문화가 만든 폐쇄성

SCV 사태는 특정 단체의 일탈을 넘어, 가톨릭 교회가 가진 구조적 문제를 드러냈다. 성직자 중심의 권위주의적 문화, 외부 감시의 부재, 체면 유지를 우선시하는 관행이 범죄 은폐의 토양이 됐다.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무시되거나 억압된 배경에는, 종교적 권위를 성역처럼 여기는 문화가 자리잡고 있었다는 분석이다.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

이번 사건은 종교 단체의 문제이지만, 그 교훈은 한국 사회에도 적용된다. 권력이 특정 공간에서 성역화되고, 내부 고발이 억압되는 구조는 종교뿐 아니라 다양한 조직에서 되풀이될 수 있기 때문이다. 투명한 운영, 외부 감시, 피해자 보호 체계는 단순히 제도적 장치가 아니라, 권력의 남용을 막는 최소한의 안전망이라는 점이 강조된다.

SCV의 해산은 피해자들의 오랜 침묵 끝에 얻어낸 결실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이 사건을 계기로 권위와 체제보다 인간의 존엄이 우선해야 한다는 원칙을 다시금 확인하는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