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가톨릭대학교, 최기복 신부 성추행 사건의 진상
인천가톨릭대학교의 초대 총장인 최기복 신부가 1996년부터 1998년까지 신학생들을 성추행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사건은 교회 상층부에 의해 은폐되어 왔으나, 2018년 한 주간지의 보도로 처음 알려졌다. 해당 보도는 인천교구 소속 젊은 신부들의 잇따른 죽음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며 성추행 사건과의 연관성을 시사했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의 조사 결과, 최기복 신부는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신학생들에게 성적 괴롭힘을 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피해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최 신부는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성추행을 일삼았다.
- 개인 면담 시 신체적 접촉
최 신부는 신학생들을 개인 면담 명목으로 자신의 방으로 불러들이며 신체적 접촉을 시도했다. 피해자들은 그가 신체의 중요한 부위를 만지거나 키스를 강요했다고 증언했다. - 외출 시 성추행
최 신부는 신학생들을 동행하여 외출할 때도 성추행을 저질렀다. 한 피해자는 운전기사가 있는 상황에서도 최 신부가 옆에 앉은 신학생을 추행했다고 밝혔다. - 합숙 시 성추행
신학생들과 함께 1박 2일 일정으로 외출했을 때, 최 신부는 강제로 성적 접촉을 시도했다. 한 피해자는 자신의 동기가 최 신부에게 강제로 키스를 당하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전했다.
이러한 성추행 행위는 교회 내부에서 은폐되었고, 최 신부는 총장직에서 물러났지만 형사처벌을 받지 않았다. 이후 그는 다른 지역에서 수도회를 운영하며 활동을 이어갔다.
사건이 공론화된 후, 인천교구는 최기복 신부를 교구에서 쫓아냈지만, 사제직은 유지한 채 다른 지역의 수도회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형사처벌이나 공식적인 면직 조치 없이 이루어졌다. 사건이 더욱 확대된 이후, 인천교구는 최 신부의 성추행 사실을 공식 확인하고 그의 모든 직책에서 면직했다. 또한 인천가톨릭대학교 홈페이지에서도 그의 이름이 삭제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는 사건이 드러난 후에야 이루어졌고, 그동안 피해자들은 고통 속에서 침묵을 강요받았다.
교구는 조사가 늦어진 이유로 당시 교구장의 결정과 조사위원장의 사망 등을 언급하며 조사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이번 사건은 한국 사회에서 미투 운동과 맞물려 큰 반향을 일으켰다. 특히, 교회의 성범죄 문제는 개인의 일탈이 아닌 구조적인 문제임을 드러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신학교에서 성폭력 예방을 위한 명확한 지침과 피해자 보호를 위한 체계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는 교회가 성추행 문제에 대해 보다 투명하고 책임 있는 자세를 취하도록 촉구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