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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를 만드는 세계청년대회

교황, 청년 신자 모인 포르투갈 방문…가톨릭 성학대 피해자 만난다 1일(현지시간) 한 시민이 포르투갈 리스본의 에두아르도 7세 공원에서 열린 세계청년대회 개막 미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그려진 깃발을 들고 있다. 2023.08.01/뉴스1 ⓒAFP=뉴스1 ⓒ News1네이트뉴스


세계청년대회와 같은 대규모 행사는 신앙의 결속을 강화하고, 청년들에게 희망과 영감을 주는 중요한 기회입니다. 그러나 가톨릭 교회 내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성 학대 문제와 이에 대한 미온적인 대응을 고려할 때,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이러한 행사를 개최하는 것은 단순한 축제의 의미를 넘어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이는 추가적인 피해자를 양산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포르투갈 가톨릭 교회는 최근 수십 년 동안 만연한 성 학대 문제와 이를 조직적으로 은폐한 사실로 인해 심각한 신뢰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1950년부터 2020년까지 최소 4815명이 성직자들에 의해 학대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교회는 이 문제에 대해 책임 있는 태도를 보여주지 않았으며, 가해자로 지목된 성직자들의 정직조차 망설였습니다. 배상금 지급 또한 법적 판결을 기다리겠다며 시간을 끌고 있습니다. 더욱이, 성 학대 피해자를 기리기 위해 약속했던 기림비조차 최근 백지화되면서 교회가 여전히 문제를 직면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규모 축제를 개최하는 것은 피해자들에게 또 다른 상처를 주고, 교회의 위선적인 태도를 더욱 부각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피해자들이 고통 속에서 교회의 책임을 요구하는 와중에, 성직자들과 신도들이 모여 신앙을 축하하고 즐거움을 나누는 모습은 결코 긍정적으로 비춰지지 않을 것입니다. 리스본 곳곳에 "포르투갈에서 4800명이 넘는 어린이가 가톨릭 교회에 학대당했다"는 메시지를 담은 광고가 게시된 것만 보더라도, 이번 세계청년대회가 피해자들에게 얼마나 큰 상처가 될 수 있는지를 분명히 알 수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행사가 신앙 공동체의 일체감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기존 피해자들에게 더 큰 상처를 주는 것을 넘어, 새로운 피해자를 양산할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세계청년대회는 수많은 청년들과 성직자가 교류하는 대규모 행사로, 적절한 관리와 책임 의식이 결여된다면 부적절한 권력 관계와 신뢰를 악용한 또 다른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교회 내 성 학대 문제의 핵심은 이러한 구조적인 권력 남용과 은폐에서 비롯되며, 대규모 행사는 그 구조적 문제를 더욱 쉽게 노출시킬 수 있습니다.

또한, 성 학대 피해에 대한 교회의 대응이 여전히 미흡한 상황에서, 축제에 참석한 청년들이 교회에 대한 신뢰를 잃거나 잘못된 메시지를 받을 가능성도 큽니다.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도 축제는 가능하다"는 암묵적 메시지는 교회가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를 정당화하며, 이는 피해자뿐만 아니라 청년들의 신앙과 교회에 대한 기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가톨릭 교회가 지금 해야 할 일은 과거의 잘못을 덮으려는 축제가 아니라, 문제를 직면하고 해결하려는 진정성 있는 행동입니다. 피해자들에게 책임을 다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구조적 개혁을 실행하는 것이 최우선입니다. 이러한 과정 없이 세계청년대회와 같은 행사를 개최하는 것은 피해자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새로운 피해자를 양산할 위험을 내포한 무책임한 행위일 뿐입니다. 교회는 이제 진정한 회복과 치유를 위해 책임을 다해야 할 때입니다.